자유

드네 회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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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만에 복귀한 드네. 참 많은게 바뀌었다.


티어 상승과 강화. 그를 위한 지겨운 네스트 노가다.


그래도 귀여운 캐릭터와 손에 감기는 액션성이 나를 다시 끌어당겼다.



좋은 길드에 들어가서 어찌저찌 예전 감각을 살려 장비를 따라갔다.


골드 수급을 위해 4캐릭 주간 미션을 모두 달성하고 피로도를 녹여 본캐에 밀어주니,


꾸준히 했던 유저들의 발끝만큼은 도달했다.



4캐릭을 다 쓴다는 것.


그게 뭘 뜻하는지 감이 오는가?


하루에 여섯시간 이상을 드네에 투자했다는거다.


시간만이 아니라 모든 캐릭에 펫, 프돌, 애착을 갖기 위한 코스튬 등 캐시도 매달 10만원 이상 기본으로 써줘가며.


기본이 10만원이고 추가로 써야 할 것들은 훨씬 많았다.



그렇게 해서 내가 하고 싶었던게 뭐였냐면,


제일 효율 없는 짓을 하고 싶었다.


이 볼륨에 비해 난해한 게임의 뉴비들, 초짜들에게 가이드 라인을 제시한 뒤 등에 업어 높은 층 네스트 돌아줘서,


그들이 기분좋게 이 게임, 우리 길드에 정착 할 수 있게.


드네에 접속한다는 생각만 해도 행복한 마음이 들게. 나 조차도.


이 게임이 내 인생에 따뜻한 의미를 갖도록 예쁘게 만들고 싶었다.



하루에 여섯시간 넘게 투자하고, 기본 10만원 추가 20만원 이상을 투자하길 몇달 째.


난 내 꿈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올드비 / 꾸준러들을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었다.


그들과 나의 차이는 바로 에압.


내가 운이 없는 사람이겠지.


모인 골드를 다 쓰고도 모자라,


매니아에서 몇십만원어치 골드를 사고 몇십만원어치 레압 세트를 샀지만 단 한 피스 밖에 되질 않았다.



에압부터 맞춰서 4캐릭의 전체적인 스펙업을 도모한 뒤,


축적된 자원으로 레전용옥을 하나하나 맞춰나가자는 나의 계획은 말 뿐인 허세로 추하게 버려졌다.


그렇게 열정과 애착을 가지고 게임을 했지만,


운이 없어 확률 싸움에 이기지 못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든게 결정되었다.


난 누구도 업어줄 수 없는 잉여 스펙의 좌절자가 되었다.



하루에 여섯시간 이상을 쓰고 한달에 몇십만원 이상을 사용한 결과가 이렇게 되는 게임, 아니,


취미생활이 얼마나 있을까?


모든게 허무해졌고 아주 가끔 소식이나 들여다보게 되었다.


허무함. 이것이 내가 드네를 회상하는 마지막 기억이 될까?


그렇게 생각하면 너무 가슴아프고 슬프지만 현실이라고 할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