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2018.12 개발자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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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자님들 하이염.


12월은 회사 업무적으로도 바쁘고, 여러 가지 행사들도 안팎으로 많은 달이라 항상 정신 없는데, 올해는 상해 DWC 행사까지 겹쳐있어서 더더욱 바쁜 시간들을 보내고 있어. 거기다가 11월 패치에 용자님들을 불편하게 만든 내용이 많았다 보니 게시판 분위기도 삭막하고, 참 여러 모로 좋지가 않네.
뭐 욕먹을 건 먹고, 대답할 수 있는 건 대답하고, 고칠 건 고치고 해야 나아지는 드네가 된다는 점은 변함 없는 사실이니 12월 개노트도 열심히 써야 하지 않겠음? 딱 각 잡고 [TMI 노트] 나간다.



의돌 삭제 때문에 액션게임의 액션성이 죽었다. 이건 무조건 돌려 줘야 한다. 
드네 에서 스킬 담당하면서 일할 때 선임 기획자 분이 이런 말을 해줬어


“스킬은 유저의 자산과 같다”


나도 이 말에 백 번 공감해. 게임 내 기본 시스템으로 제공한 스킬이긴 하지만 스킬 밸런스의 변화는 용자님들이 노력해서 쌓아온 능력치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쳐 버리잖아. 그렇기 때문에 스킬 밸런스를 다룰 때는 용자님들의 자산을 다루듯이 신중하게 생각해서 수정해야 하고, 특히 큰 영향력을 가진 스킬 스펙을 하향 조절하는 상황은 최소화되어야 하는 거지.


그런 의미에서 이번 액속 하향 패치는 [용자님의 자산을 빼앗는 패치] 였다고 생각해. 그렇기 때문에 용자님들의 반발과 거부감 박탈감이 당연히 발생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 패치가 장기적으로 더 나은 드네 액션을 위해 불가피 하다는 생각은 바뀌지 않았어.


아무리 줬다가 뺏는 패치였다고는 하지만, 액속에 대한 메커니즘과 방향성은 용자님들도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따로 자세한 목적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았는데. 그게 가장 큰 착오였던 거 같아.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액속 하향 이유를 조금 더 정성껏 이야기 해볼게


[액속 하향 이유]
 네스트에서 줄 패턴이라고 부르는 기믹들의 종류는 매우 많지만, 그 중 [용자님들의 액션 대응]을 요구하는 기믹들과 몬스터의 기본 공방을 구성하는 액션들은 용자님들의 최대 액션 속도에 따라 밸런싱 되어 제작 돼.
 이게 뭔 말인가 하면, 몬스터가 강한 공격을 하기 직전에 [사전 동작]을 보여줘야 할 텐데, 이 사전 동작의 시간은 용자님이 보고+반응해서+액션이 대응하는 속도를 포함해서 제작 되어야 하겠지. 만약에 몬스터의 사전 동작이 너무 짧아서 용자님들이 아무리 빨리 반응해도 액션이 반응하는 속도보다 짧아져 버리면 [불합리한 공격]이다. 라고 느낄 거야. 현재도 드네 안에 그런 공격이 없지는 않아. 보통은 그런 공격의 데미지가 참고 맞아줄 만 해서 근거리 클래스들의 작은 애로사항으로 남아있을 뿐인 거고.
도전을 요구하고 싶은 던전에서 [몬스터의 사전 동작]의 속도를 밸런싱 하려면, 결국 유저의 최대치 상황의 액속을 전제로 해야 하는데. 용자님들의 최대 액속이 너무 빨라져 버린 나머지 몬스터의 사전 동작 밸런스가 사실상 무의미해지는 단계에 와버렸어.


지금의 네스트 모습을 한번 봐봐. 몬스터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빠지거나, 특정 공격을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 적 있어? 그냥 4인 파티가 보스 몬스터 허리에 머리를 비벼가며 1234 연타를 하고 있을 뿐이야. 왜냐? 어차피 사전동작을 보면 그 범위가 얼마나 크던지 너무 쉽게 피할 수 있거든.


이 문제는 단순히 액속 하나의 문제는 아니야. 캐릭터 선 딜레이 후 딜레이도 [강제 캔슬]입력이 너무 남발 되서 의미가 없어졌고. 심지어 지금 이 순간도 모든 캐릭터가 액션 밸런스 패치를 하면 말도 못하게 빨라져. 레이븐 길로틴, 란드그리드, 블리드 팬텀, 최근 패치들 전부다 액션게임 관점에선 솔직히 미스야. (내 얼굴에 침 뱉기)


결국, 캐릭터와 몬스터가 상호 작용하는 액션에서 [도전]과 [긴장]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몬스터의 사전 동작]이 최소화되어 [동체 시력] 위주의 게임이 되는 게 불가피한 상황이었고, 캐릭터의 속도가 액션의 분별력을 상실하는 수준까지 오게 만든 의돌과 렌시아를 하향하는게 [대중적인 액션게임]이 되기 위한 더 나은 방향이라고 결론 내렸어.
게다가, 의돌과 렌시아는 모든 상황에서 항상 존재할 수는 없는 버프이기 때문에 몬스터가 도전(challenge)적인 공방을 많이 요구할수록 액속 버프의 의존도는 더더욱 높아지기만 할 거야.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가지 더.
몬스터와 캐릭터의 액션 메커니즘을 떠나서 현재 프리미엄만 적용 된 액션 속도가 액션게임으로써의 가치를 훼손 할 만큼 느린 속도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에도 동의할 수 없어. 예전 보다 느려진 속도를 체감하며 상대적으로 답답하다고 느낄 수는 있겠지만, 지금의 액션도 충분히 빠르고 호쾌해. 이걸 정말 나만 이렇게 생각 하는 거야?


액속 하향에 대한 이유를 열심히 풀어대긴 했지만, 이미 패치는 해버렸고, 마음을 바꿀 생각도 없다면서 독단적인 생각으로 핑계만 대는 모습이 되어버린 것 같아 참 속상하다. 이런 설명들이 용자님들의 마음을 풀어 줄 거라 생각하진 않지만, 최소한 개피디가 용자님들 자산 빼앗아서 골탕 먹이려는 악감정으로 이런 건 아니고, 그냥 짧은 생각에 개똥철학을 주장하고 있구나 정도로 알아주면 좋겠어. 



텔레포트 삭제 때문에 수박 불편하다. 이게 모험이랑 뭔 상관?
우선 텔포 이야기에 앞서서 이번 달에 [세인트 헤이븐 동서남북]은 패치 될 예정이라는 점 말하고 시작할게.

텔레포트 삭제(롤백이지) 패치에서 용자님들의 화남 포인트는
“[모험]이랑 텔포랑 뭔 상관?불편한게 RPG의 본질임?”
이런 식인데, 애초에 내가 말을 너무 짧게 했고, 모험의 본질을 찾기 위해서 텔레포트를 없앤다는 느낌으로만 말하는 바람에 더 오해를 키워버린 것 같아.
이번 기회에 텔레포트에 대해서도 좀 이야기해 볼게. 엄청 길게 말 할거니까, 시간 많은 사람만 읽어야 할거야


[마을 텔레포트 제거 이유]
마을 텔레포트와 우편, 수리 등의 편의사항이 RPG의 본질을 훼손시킨다라는 생각 자체에는 변함이 없고, 내가 말하려던 바가 맞아. 근데 이게 너무너무 심오한 이야기라 짧게 이야기하면 전혀 와 닿지가 않는 것 같아.
우선 게임 개발의 시작점으로 돌아가 볼게, 보통의 RPG게임이 그렇듯 우체통 프랍을 굳이 원화를 그리고 모델링을 해서 마을에 배치했어. 그러고 대장장이 집도 만들고 엔피씨도 디자인해서 곳곳에 배치를 했어. 형식적으로 둔 것도 아니고 공간이 넓으면 두 군데 세 군데에 배치를 했고, 마을 공간이 실제와 같은 몰입감을 주려고 노력을 했다는 흔적을 우리는 느낄 수 있어
무슨 리얼리티를 주려고 그랬다는 게 아니라 마을이라는 데이터, 드네라는 게임이 판타지 [월드]라는 공간 이길 바라는 게 게임 자체의 의도야. 본질적인 의도 어쩌구 저쩌구 고리타분한 소리라는 건 아는데 집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니까 좀 더 이야기할 게.


자, 드네는 굳이 우체통을 만들었고, 대장장이를 만들었어.
그러고 지금 트렌드는 편의성이니까 던전 끝나면 바로 수리하게 했지, 수리라는 개념이 없어지면 더 편한 패치고 더 나은 방향성 아닌가? 수리 없애는 건 좀 많이 갔으니까 그냥 인벤토리에 수리 버튼이랑 판매, 제작버튼 있으면 갓 패치지. 얼마든지 개발 가능해.


마을 이동도 좀 줄일 방법이 있어 그냥 던전 메뉴 하나 만들어서 아무데서나 메뉴 열고 입장버튼 누르면 입장되는 거야. 어때? 이것도 얼마든지 개발 가능해. 마을 간에 이동도 없애. 그냥 메뉴 열고 마을 클릭하면 이동하면 되지. 갓 패치 인정?
어 그게 갓 패치! 라고 말하는 용자님도 있겠지만
에이 그건 좀 많이 갔다. 라고 말하는 용자님도 있을 거야.

여기서 한가지 질문이 있어


“편의성과 내러티브(개연성)의 합당한 중간점은 어딜까?”


나는
게임이라는 걸 만드는 계획안에서 마땅히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만들었던 모든 개체들이
그 본래의 기능을 하는 선에서 편의성이 제공되어야 한다. 라고 생각해.


우리 다같이 게임 개발을 시작하는 단계라고 상상해 보자, 우리 게임에는 우편 기능이 있었으면 좋겠어. 우선 시스템적인 우편 기능을 기획해서 만들고 메뉴를 통해 어디서든 우편을 간편하게 받도록 하면 유저가 편할 거야. 근데 그때 굳이 우체통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왜냐? 이 가상의 우편 시스템이 실제 우편물이라고 느꼈으면 좋겠거든.


반대로 말해서 우체통을 통해서 우편물을 수령하고 보내는 행위를 하지 않으면 [우편 시스템 기능]으로만 느끼게 될 거고, 우편 시스템이 아닌 실제 우편이라는 느낌을 주고 싶어서, 우체통을 굳이 모델링해서 만들고 이곳 저곳에 배치하고, 유저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음도 감수하면서 우체통을 존재하게 한 거야.


이제, 드네의 최근 탈 것 롤백을 격어 본 유저로서 개발자가 된다고 상상해보자. 우리는 탈것이고 뭐고 텔레포트 기능이 훨씬 편하다고 느꼈어. 우체통도 편의성에 도움이 안되니 없어도 된다고 느꼈지. 직업 상급자도 필요 없다고 느꼈어. 이제 새로운 RPG를 기획하게 된다면 탈 것, 우체통, 상급자NPC, 대장장이 다 필요 없다고 생각이 들어? 그러면 마을이 텅텅 비는데, 그냥 상징적으로 넣기는 해야 되니까 넣고, 실질적으로 의미는 없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그런 RPG가 세상에 어딨겠어..


다시 탈것으로 돌아가서 이야기 마무리 해볼게.


최초에 탈 것은 만들었지만 편하게 아무렇게나 텔레포트만 하면 된다는 케이스 하나는 용납 가능할지도 몰라. 유저를 위한 편의성 제공 하나쯤으로 시작할지 모르겠지만, 그런 것들이 조금씩 쌓여서 게임이 개연성을 잃어가고 몰입감을 해치는 게 당연해


여기서 몰입감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드네가 가상현실처럼 느껴지고, 리얼리티한 몰입감을 말하는게 아니야. 드네에 접속하면서 “나는 판타지 월드 알테이아에 들어가는 중이다!” 라고 생각하는 용자님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아.


우리 모두는 게임을 현실과 혼동할 만큼 어수룩하지 않아.


하지만, RPG라는 게임을 만들 때 굳이 공을 들여 설계했던 월드, 프랍, 탈것, NPC 등의 개체들이 그 최소한의 기능을 하며 남아있는 건. 개발자나 유저 모두에게 [당연하다]라고 느껴져야 할 아주 아주 기본적인 것들이었고, 그게 편의성이라는 미명하에 훼손되어서는 안 되는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말을 하고 싶은 거야.


탈 것이 어떻게 변하든, 이동할 때 사용된다는 점은 훼손되어선 안돼.
이런 게 의미 없어지기 시작하면 그냥 RPG이길 바라지 않는 거야.


길고 긴 변명은 이쯤하고, 텔레포트 제거로 개피디가 욕먹어야 할 부분은 오히려 다른 쪽에 있다고 생각해. 
① 거지 같은 퀘스트 동선을 개선하지 않고, 본질 어쩌구 했다는 거랑.
② 의뢰게시판을 플레이 체감도 손보지 않았다는 거
③ 어쨌든, 플레이에 발생하는 이동 시간과 비용은 늘었는데 보상은 그대로라는 거


욕먹을게 더 있겠지만 텔레포트로 인한 파급 효과를 손보지 않고, 그냥 패치하기에 급급했다는 건 개피디의 반복적인 문제점이지. 이 부분에 대해서 정말 미안하고, 반성하고 있어.
그냥 나를 돌아보면, 용자님들의 동향에 감정적인 영향을 크게 받지는 않지만 2년 가까운 시간을 달려온 노력에 비해 용자님들의 동향이 좋아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쌓여서 점점 조바심을 내는 것 같아. 간담회 때 말한 것처럼 좀 더 신중하게 준비해서 안정적인 패치를 할 수 있게 노력할게.


글이 너무 길어져서 오늘은 이쯤 줄여야겠다.
내일 새벽 비행기로 DWC 대표들과 상해에 갈 예정이야. 상해에 유명한 놀이공원을 하루 종일 드네 컨셉으로 꾸며놓고 드네 용자들과 거대한 축제를 계획하고 있고, 간담회를 통해서 2019년 로드맵도 발표할거야.


열악한 환경에서 힘들게 연습한 한국 국가대표팀은 어떤 성과를 내든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전세계 드네인들이 모인 축제에 하나되어 즐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어. 게시판으로 이 글을 보고 있는 용자님들도 스트리밍 방송 함께 보면서 드네인의 축제를 즐겨줬으면 좋겠어.




즐겁고 신나는 연말 보내고, 다음 달 개노트에 또 보자.
사랑한다 용자들. 사랑한다 드네.